며칠 전, 최광희 기자와의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제목 그대로, 나는 최근에 한국영화 예고편이 갈수록 허접해지는 것 같다고 했고, 이유가 뭔지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극장 광고 때문'이라는 거다. 그래? 왜지?
예고편은 관객이 만나는 영화에 관한 첫번째 '이미지'다.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의 대사처럼, '이미지가 전부'인 시대이니,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 역시 예고편에 정성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아무리 영화 본편이 뛰어나도 예고편이 온전히 이를 전달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할리우드는 일찍이 예고편의 뛰어난 효용성에 주목했다. 아무리 쓰레기에 가까운 영화라고 할지라도, 2분 내외의 '죽이는' 예고편만으로도 구름 관객을 낚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깨달았다. 그래서 할리우드는 영화 본편의 짧은 편집본 이상의 것을 담아내기 시작했고, 스텐리 큐브릭은 예고편에서 의문투성이의 거대한 텍스트(자막)를 이미지 구축의 도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한때, 스탠리 큐브릭 스타일의 텍스트 몽타쥬 예고편이 할리우드에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까지 할리우드를 지배한 가장 일반적인 예고편 스타일은 영화 본편의 하이라이트 영상에 텍스트와 묵직한 성우의 목소리를 입히는 방식. 할리우드 예고편을 독점하다시피한 성우도 있었다. 낮고 굵은 목소리로 'This summer~'를 외치던 '돈 라폰테인'을 기억하실런지.
하지만, 1990년대 초까지만해도 한국영화의 예고편은 조감독들이 본편 영상을 대충 붙여 만드는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돈 드는 성우는 뭐하러? 예고편에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느니, 신문 광고 한 번 더 하는게 유리했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개봉하는 한국영화도 많지 않은데다가, 아무리 허접한 예고편이라 할지라도, 극장에서 시간만 나면 틀어주는터이니, 굳이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잘 만들어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던 시절이다.
한국영화 예고편의 전성기는 2006년이었다. 2005년 하반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로 시작된 '예고편 따로 만들기' 유행은 100여편에 가까운 한국영화가 제작됐던 2007년에 꽃을 피운다. 영화인들이 '충무로에 눈먼 돈이 떠다닌다'던 그때, '잘 만든 예고편'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도구였다. 당시 개봉한 '거룩한 계보', '우행시' 등 많은 영화가 독특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억대의 자본을 투자해 예고편을 '따로' 만들었다.
2006년의 거품이 한 방에 사라진 2007년 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정작 영화를 제작할 돈도 구하기 힘든 판에, 예고편 제작에 자본을 투자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괜찮았다. 본편 영상만 사용해야 하는 한계 속에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영화의 재미를 훨씬 능가하는 예고편이 적지 않았던 시기니까.
그런데, 최근에 와서 상황이 또 달라졌다. 문제는 엉뚱하게도 예고편의 주상영무대인 극장에서 발생했다. 극장에서 더이상 1분 30초에서 2분에 달하는 본예고편을 틀지 않게 된 것. 극장은 영화 시작전에 최대한 많은 CF를 내보내야 돈을 벌 수 있다. 2분짜리 영화 예고편 하나를 빼면 상업광고 4~6편을 더 틀 수 있다.
그런데, 예고편을 아예 빼버릴 수는 없다. 줄창 광고만 틀어대면 관객들이 화를 내니까. 그래서, 요즘 극장들은 20~30초 분량의 TV spot용 예고편만을 상영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세어 보시라. 보통 광고 시간이 20분이라면, 20초씩 띄엄 띄엄 상영되는 영화 예고편은 2~3편을 넘기가 어렵다.
사실, 1분 30초~2분 분량의 본예고편은 극장용이다. 그런데, 극장이 본예고편 상영을 거부하는 상황이니, 인터넷이 '풀버전 영화 예고편'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매체가 돼버렸다. 인터넷의 특성상, 거액의 광고비를 지불하지않는 한, 사용자가 검색을 통해 예고편을 찾아보는 수고를 해야 간신히 볼 수 있다. 게다가 인터넷용이니 굳이 '화면 때깔'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요즘 극장에서 상영하는 한국영화 예고편의 화질을 한 번 확인해 보시라. 자막 조차 흐릿한 저화질의 예고편이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예고편은 엄연히 마케팅의 영역이니, 투자 대비 광고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요즘 한국영화는 예고편에 시간과 인력, 자본을 투자해야할 이유가 없다. 극장의 수익 극대화 전략에 따라, 과거에는 만드는 게 당연했던 '티저 예고편'조차 포기하는 영화도 드물지 않다. 20초짜리 본예고편도 틀어줄까 말까한 극장에서,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는 영화의 티저 예고편을 틀어줄리가 없으니 말이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재미가 사라져간다. 조만간 관객을 설레게 했던 예고편이 스크린에서 밀려나 매표소 디스플레이용으로 전락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일...
예고편은 관객이 만나는 영화에 관한 첫번째 '이미지'다.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의 대사처럼, '이미지가 전부'인 시대이니,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 역시 예고편에 정성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아무리 영화 본편이 뛰어나도 예고편이 온전히 이를 전달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할리우드는 일찍이 예고편의 뛰어난 효용성에 주목했다. 아무리 쓰레기에 가까운 영화라고 할지라도, 2분 내외의 '죽이는' 예고편만으로도 구름 관객을 낚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깨달았다. 그래서 할리우드는 영화 본편의 짧은 편집본 이상의 것을 담아내기 시작했고, 스텐리 큐브릭은 예고편에서 의문투성이의 거대한 텍스트(자막)를 이미지 구축의 도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한때, 스탠리 큐브릭 스타일의 텍스트 몽타쥬 예고편이 할리우드에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까지 할리우드를 지배한 가장 일반적인 예고편 스타일은 영화 본편의 하이라이트 영상에 텍스트와 묵직한 성우의 목소리를 입히는 방식. 할리우드 예고편을 독점하다시피한 성우도 있었다. 낮고 굵은 목소리로 'This summer~'를 외치던 '돈 라폰테인'을 기억하실런지.
하지만, 1990년대 초까지만해도 한국영화의 예고편은 조감독들이 본편 영상을 대충 붙여 만드는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돈 드는 성우는 뭐하러? 예고편에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느니, 신문 광고 한 번 더 하는게 유리했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개봉하는 한국영화도 많지 않은데다가, 아무리 허접한 예고편이라 할지라도, 극장에서 시간만 나면 틀어주는터이니, 굳이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잘 만들어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던 시절이다.
한국영화 예고편의 전성기는 2006년이었다. 2005년 하반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로 시작된 '예고편 따로 만들기' 유행은 100여편에 가까운 한국영화가 제작됐던 2007년에 꽃을 피운다. 영화인들이 '충무로에 눈먼 돈이 떠다닌다'던 그때, '잘 만든 예고편'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도구였다. 당시 개봉한 '거룩한 계보', '우행시' 등 많은 영화가 독특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억대의 자본을 투자해 예고편을 '따로' 만들었다.
2006년의 거품이 한 방에 사라진 2007년 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정작 영화를 제작할 돈도 구하기 힘든 판에, 예고편 제작에 자본을 투자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괜찮았다. 본편 영상만 사용해야 하는 한계 속에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영화의 재미를 훨씬 능가하는 예고편이 적지 않았던 시기니까.
그런데, 최근에 와서 상황이 또 달라졌다. 문제는 엉뚱하게도 예고편의 주상영무대인 극장에서 발생했다. 극장에서 더이상 1분 30초에서 2분에 달하는 본예고편을 틀지 않게 된 것. 극장은 영화 시작전에 최대한 많은 CF를 내보내야 돈을 벌 수 있다. 2분짜리 영화 예고편 하나를 빼면 상업광고 4~6편을 더 틀 수 있다.
그런데, 예고편을 아예 빼버릴 수는 없다. 줄창 광고만 틀어대면 관객들이 화를 내니까. 그래서, 요즘 극장들은 20~30초 분량의 TV spot용 예고편만을 상영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세어 보시라. 보통 광고 시간이 20분이라면, 20초씩 띄엄 띄엄 상영되는 영화 예고편은 2~3편을 넘기가 어렵다.
사실, 1분 30초~2분 분량의 본예고편은 극장용이다. 그런데, 극장이 본예고편 상영을 거부하는 상황이니, 인터넷이 '풀버전 영화 예고편'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매체가 돼버렸다. 인터넷의 특성상, 거액의 광고비를 지불하지않는 한, 사용자가 검색을 통해 예고편을 찾아보는 수고를 해야 간신히 볼 수 있다. 게다가 인터넷용이니 굳이 '화면 때깔'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요즘 극장에서 상영하는 한국영화 예고편의 화질을 한 번 확인해 보시라. 자막 조차 흐릿한 저화질의 예고편이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예고편은 엄연히 마케팅의 영역이니, 투자 대비 광고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요즘 한국영화는 예고편에 시간과 인력, 자본을 투자해야할 이유가 없다. 극장의 수익 극대화 전략에 따라, 과거에는 만드는 게 당연했던 '티저 예고편'조차 포기하는 영화도 드물지 않다. 20초짜리 본예고편도 틀어줄까 말까한 극장에서,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는 영화의 티저 예고편을 틀어줄리가 없으니 말이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재미가 사라져간다. 조만간 관객을 설레게 했던 예고편이 스크린에서 밀려나 매표소 디스플레이용으로 전락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