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200억원짜리 대작 드라마란다. 톱스타 군단의 등장에다가 액션과 사랑이 적절히 혼합된 맞춤 상품이다. 역시, 시작부터 시청률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200억원을 투자한 제작사는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쉽지 않은 싸움이다. 현 상황으로 보면 도박에 가깝다. 이유가 뭐냐고?
현재 진행중인 국정감사에서 드라마 '아이리스'와 관련된 세가지 안건이 터져나왔다. 하나는 KBS 국감 현장에서 KBS가 '아이리스'의 제작사와 계약을 맺지도 않고 방송 편성을 확정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코스닥 상장 방송 콘텐츠 외주사 7곳중 6곳이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종지부는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금이 48억원이라는 뉴스이다. 이 3건의 뉴스 모두 드라마 '아이리스'가 처한 상황을 직,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먼저, KBS와 '아이리스' 제작사의 계약 갈등은 알려졌다시피 '제작비' 때문이다. KBS가 제작사에 제시한 금액이 겨우 30억원이었고, 방영을 조건으로 해외 판매 수익의 일부까지 요구하면서 계약 협상이 진척되지 못한 가운데, 방영일자가 코 앞으로 다가왔던 것. 제작사 입장에서는 200억원을 쏟아 부은 드라마를 고작 30억원에 팔아야 하는데다, 해외 수익의 일부마저 포기해야 하니, 계약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KBS 입장에서는 광고 판매 수익을 고려한 가격 책정이며, 선 방영 후 계약이 방송계의 관행이라며 미계약 방송 편성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어쨌든, 중요한 팩트는 200억 짜리 드라마의 시장가가 제작비의 15% 수준인 30억원으로 책정됐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 협찬 수익과 높은 시청률 유지시 따라 붙는 보상금, 다운로드 수익 등이 따라 붙는다. 아직은 수익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예측할 수는 없으나, 굳이 비교 대상을 찾는 다면 한계점은 유추할 수 있다.
최근 방송된 한국 드라마 중 최고의 대박은 단연 '꽃 보다 남자'. 제작비 규모가 70억원 내외였고, 제작자인 송병준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꽃 보다 남자'로 벌어들인 수익이 고작 수억원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히 '신드롬' 수준의 열풍과 극강의 PPL 전략을 구사하고도 제작비를 간신히 회수하고 '약간' 남는 수준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물론, 아직 해외 수출 부분이 남아있으니, 얼마나 더 벌어 들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한국 시장에서 드라마로 창출 할 수 있는 수익 규모의 최대치가 7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아이리스'가 시청률 대박을 기록한다 해도, 한국내 수익은 전체 제작비의 40% 수준을 넘기도 힘들다고 봐야 한다. 결국, 해외 수출로 대박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드라마 최고의 수출 시장이 일본(전체 수출액의 63%)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병헌'의 주인공 캐스팅은 '아이리스'흥행 전략의 필수 요소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의 수출단가가 큰 폭 하락해, 편당 2,600불(한화 3백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아이리스'는 최신작 프리미엄에, 높은 제작비, 인기 출연진을 갖춰 평균단가를 훨씬 뛰어넘는 실적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과거 비슷한 콘셉트로 기획된 '태왕사신기'의 사례로 볼 때, 대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배용준'을 내세운 '태왕사신기'의 제작비는 430억원. 수출단가 역시 최고를 기록했는데, 대만 수출가가 편당 3만불이었다. 통상 일본 수출가는 대만의 3배 수준이니, 아무리 높게 잡아도 10만불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과 홍콩은 대만의 90% 수준에 불과하고, 동아시아를 제외한 구미, 유럽 등의 한국 드라마 수출가는 밝히기도 민망한 수준이니, '태왕사신기'가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은 대략 편당 16만불 내외로 추산할 수 있다.
결국, 43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 부은 '태왕사신기' 24부작의 해외 수출액은 400만불 내외로 한화 50억원 수준에 불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러가지 프리미엄과 일본 현지 극장 개봉 등 다양한 문화 상품 구성을 고려해도 대박은커녕 제작비 조차 회수하지 못했다. '태왕사신기'를 제작한 '김종학 프로덕션'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태왕사신기'를 제작, 판매한 2007년 386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2008년에도 12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게 바로 시청률 대박을 기록한 드라마 제작사의 현실이다. 상황이 이러니, 드라마 '아이리스'의 성공을 쉽게 점치기 힘들다. 한국 드라마의 거품이 사라진 지금, '아이리스'처럼 수출에 목을 멘 기획이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투자'라기 보다 200억원을 건 '도박'에 가까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