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계의 화두는 두 가지. 하나는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눈 앞에 둔 방송법이고, 또 하나는 '북극의 눈물'로 대표되는 다큐멘터리 열풍이다. 신문과 기업의 방송 진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사실상 MBC 민영화를 목표로 둔 MB정부의 언론악법과 MBC의 '북극의 눈물', KBS의 '누들로드', EBS의 '한반도의 공룡'으로 이어진 명품 다큐멘터리는 어떤 상관 관계를 갖고 있을까?
방송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장르는 드라마다. 요즘 드라마의 편당 제작비는 1억 5천만 원 선. 각종 제작비 신기록을 쏟아냈던 '태왕사신기'의 경우, 편당 제작비가 18억원을 넘었다고 하니, 방송사의 드라마 '올인' 정책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짐작할 만 하다. 그렇다면, 방송사들은 왜 그렇게 많은 돈을 드라마에 쏟아 부을까? 이유는 당연하게도 돈 때문이다.
드라마의 경우, 광고 100% 판매를 기준으로 1편당 광고 수익은 3억원(월 25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 여기에 시청률이 15%를 넘는 경우에는 120%, 시청률 25%가 넘는 드라마는 130% 의 특별 단가가 적용된다. 따라서, 방송사 입장에서 드라마는 적어도 편당 3억원에서 많게는 4억 3천만 원을 벌어 줄 수 있는 '캐쉬 카우'이니, 편당 1억 5천만 원 정도의 출혈은 충분이 감수 할 만한 수준이다. 게다가, '시청률 대박 드라마'는 '패키지' 판매를 가능하게 만들어서, 해당 드라마와 전혀 상관없는 프로그램의 광고까지 덤으로 팔아,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그렇다면, 다큐멘터리의 편당 제작비는 얼마나 될까? '북극의 눈물'은 편당 6억 6천만 원, '한반도의 공룡'은 5억 5천만 원, '누들로드'는 2억 3천만 원이었다. 그만큼 돈이 많이 드는 장르가 바로 다큐멘터리다. 방송사 입장에서 드라마가 '캐쉬 카우'라면, 다큐멘터리는 '돈 먹는 하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다큐멘터리 시청률은 10%만 넘어도 '대박'으로 치는 터이니, 광고 판매 프리미엄의 기준선인 시청률 15%는 '언감생심'이요, 25%는 '미션 임파서블'이다.
해외 판매? 일본의 NHK스페셜은 평균 제작비가 10억원 선이고,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50억원을 훌쩍 넘는다. 영국의 BBC나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제작비는 말해 무엇하리. 우리나라에서나 '명품'이지, 해외 시장에서는 '소품'에 불과다. 해외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일은 말그대로 '드림'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다큐멘터리에 투입되는 제작비는 사실상 '날리는 돈'이다. 잘 만들려고 노력할 수록 돈이 날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가 '하마'의 입에 돈을 들이 붓는 이유는 바로 '공영성' 때문이다. '수익성'의 잣대로는 결코 설명될 수 없는 영역이 바로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이다. 현재, 영상 콘텐츠 시장의 최강자인 미국의 수많은 상업 방송사를 제치고, 세계 다큐멘터리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방송사가 영국의 BBC와 일본의 NHK라는 점만 봐도, 다큐멘터리는 '수익성'을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삼는 민영 방송과는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다.
드라마는 방송사에 돈을 벌어 줄 뿐만 아니라, 유행까지도 창조하는 힘을 가졌다. PPL을 통해, 옷이며, 신발, 패션 소품들이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갈 수 있다. 심지어, 국민들의 말투까지 바꿔 놓기도 한다. 그 어떤 장르도 드라마의 재미를 따라잡기 어렵다. 장안의 수돗물 사용량을 줄일 만큼 막강한 흡인력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는 재미없는 다큐멘터리 몇 편쯤 안봐도 그만이라고 뇌까릴지도 모른다.
다큐멘터리는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꿔 놓는다. 명품 다큐멘터리는 인식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사회 전체의 점진적 발전에 기여한다. 이제는 신화가 되어 버린 다큐멘터리 '갯벌은 살아있다'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갯벌이 난개발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를 기억한다면, '재미없는 다큐멘터리 몇 편쯤'으로 치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칼자루는 한나라당에게로 넘어 갔다.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방송 민영화'가 목전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내려치는 순간,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사망 선고를 받게 된다. 'PD수첩'으로 대표되는 '광의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의 운명에 처한다. 욕심을 채우려는 소수의 야욕으로 인해 다수가 많은 것을 잃게 될 지경이건만, 시나브로 사라지는 탓에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뺏길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