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추석이면, 누구나 골머리를 앓게 되는 문제가 있죠. 바로 명절 선물입니다.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보내야 할지, 고민스럽기 그지 없지요. 절친한 벗이나, 가족, 친지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도, 무엇을 보내야 할지,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진데, 하물며 직장상사나, 사업관계자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면 정말 골치가 지끈거릴 만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약속이나 한 듯, 선물이란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이고, '값어치'가 아니라 '정성'이라고 하는 마당에, 그저 정성을 다해 마음을 전하면 그뿐인 '선물'이 왜 골치거리가 되야 할까요? 그 대답은 여러분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추석선물은 사실상 진정한 의미의 '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절을 앞두고, 일 때문에 '어떤 단체'의 실세(?)가 사는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그의 집앞과 경비실에는 어떤 이들의 '정성'이 한무더기 쌓여 있더군요. 더 가관은 그 '정성'들이 참기 힘든 악취를 내뿜고 있었다는 것. 며칠간 주인없는 아파트였던 탓에, 택배 배달원들이 놓고 간 '정성'들이 하나 둘 썩어버린 겁니다. 썩은 전복냄새를 맡아 보셨나요? 정말, 참기 힘든 냄새더군요.
썩은 전복과 한우고기에, 짓무른 과일을 보며 왠지 착잡한 기분이 들더군요. 그 선물들이 과연 '고마운 마음을 담은 정성'이었을까요? 아마 거의 대부분은 '잘 봐달라는 부탁'이거나, '신경 써 달라는 청탁'이겠지요. 그 '부탁'과 '청탁'은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보게 되는 '댓가성 뇌물'과 정말 다른 것 일까요?
통상적으로 '정성'과 '뇌물'은 '값어치'로 구분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법정에서는 '값어치'와 '댓가성'으로 '선물'과 '뇌물'을 구분하곤 합니다만, 실생활에서는 그런 구분이 정말 모호합니다.
어느 빌딩앞에서 과일행상으로 어렵게 사는 아무개씨가 빌딩 경비원에게 전달한 만원짜리 양말 세트와 수백억 재산을 가진 아무개씨가 고위 공직자에게 전달한 500만원짜리 한과세트. 어떤 게 선물이고 어떤 게 뇌물일까요? '값어치'를 기준으로 하면, 500만원짜리 한과세트가 뇌물이겠으나, '부의 상대적 기준'을 적용하면, 뇌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들'에겐 그리 '값어치'있는 물건이 아닐테니까. 하지만, '댓가성'을 기준으로 보면, 둘 다 뇌물로 봐야겠죠. 비록, 만원짜리 양말세트라고 해도, 실은 과일행상을 눈감아 달라는 '부탁'이 담긴 뇌물이고, '그들'에겐 푼돈인 500만원짜리 한과세트라도 '청탁'의 의미가 담겼다면, 당연히 뇌물일테니...
자, 이제 여러분이 이번 추석에 돌린 선물 목록을 한 번 떠올려 보시지요. 그런 후, 진정한 의미의 '선물'과 사실상의 댓가성 '뇌물'로 구분해 보세요. 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서 구분하다보면,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부패지수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겁니다.